900/해외여행

[해외여행 강연] - 도보여행작가 김남희

judyland 2014. 7. 3. 12:07

2005년도 쯤에 도보여행작가 중에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의 한비야 작가와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의 김남희 작가가 책을 소개하는 코너에 쌍두마차를 이루며 이름을 알렸던 기억이 있다.

 

안타깝게도 개인적으로 두 책을 읽어본 적은 없으나, 나의 시선에서 본 그녀들의 모습을 잠시 묘사하자면, 한비야 작가님은 적극적이고 활력넘치는 남성적 기질의 행동파 도보여행가로 보였고,김남희 작가님은 책표지에서도 보듯 소극적이지만 내면세계가 풍부하고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작은 여성적인 도보여행가의 이미지였다.

 

늘 해외여행 혹은 배낭여행을 꿈만 꾸며 돈 없다는 핑계로 실천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저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존재였다. 어떻게 여자 혼자서 그것도 낯선 이국을 훌러덩 떠날 수가 있는지 그녀들의 용기가 대담하고 멋지게만 보였다. 

 

김남희 작가를 좀 더 알게 된 건 <kbs 영상앨범 산>이었다. 늘 여행을 동경하는 나이기에 여행관련 프로그램을 마니아처럼 즐겨보는 터라 마침 관심있게 본 작가를 TV에서 보게 되니 더더욱 반갑게 다가왔다. 역시 TV라는 매체는 좀 더 쉽고 친근감을 주기에 그 작가를 알게 해주는 엄청난 영향력을 느낀다.

유럽 트래킹을 하는 모습이었다. 김남희 작가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주변 외국인들과 소통을 했고, 걸음 걸음마다 주변의 풍경들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느낌과 소감을 감수성있게 표현하고 전달해주려는 모습에서 세심한 내면을 볼 수 있었다.

 

마침 죽전도서관에서 김남희 작가를 초대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친구가 자기집으로 놀러 오라는거를 뿌리치며 혼자서 거침없이 저녁초대석에 참석했다. 그냥 그녀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강연은 자신이 다녀온 70-80여 개국의 나라를 여행하며 찍은 소중한 자산같은 사진들을 소개하며, 그녀가 겪었던 이야기와 느낌과 생각들을 이야기해주는 PT발표형식의 보여주기여서, 여행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기심을 가지고 재밋게 보았을 것이다. 게다가 짧은 시간에 전부를 보지는 못 했지만, 평소 접할 수 없는 지구 3분의 1가량의 훌륭하고 빼어난 경치와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재밋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녀는 신문기자로 활동하다가 도보여행가가 되었기에 문장력과 표현력에서는 직업을 감출 수가 없었고, 영어회화에 소통력을 겸비해서 소심한 성격에 비해 보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면을 보여주였다. 그 나라 문화와 지식을 많이 공부한 흔적들이 보이면서 아는 것이 참 많았고, 순간순간 느끼는 내면의 감정들이 풍성함을 보여주면서 '김남희작가는 생각이 참 많은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70-80여 개국을 다니면서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는 나라도 있지만, 정말 비싼 나라들은 대부분 그녀가 기고를 하거나 방송협찬 혹은 그녀가 남긴 자신의 저서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여행을 다녀온다고 한다.

 

능력자다. 역시 여행의 가장 큰 장애물은 무시 못할 경비다. 스스로 충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계속 유지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여행하며 부수적으로 책을 출간하며, 그것으로 또 다른 지구를 다녀올 계획을 세워놓고 열심히 적금을 붓고 있다고 한다. 한 번 뿐인 인생 멋들어지고 알차게 사는 삶인 것 같다.

 

강연의 내용을 회상하며 기억나는대로 정리해 보자면.. 우선 '여행은 누구와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하다' 고 그녀는 말한다. 또 여행이란 '자기만의 성(城)을 벗어나는 것' 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행을 나가면 누구나 한국인을 대표하는 만큼 이것만은 지키자는 여행 에티켓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섬세함에 사진을 찍어왔다.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하여

1. 비행기 이용 줄이기
2. 전기와 물 에너지를 아끼기
3. 일회용품 사용하지 말기
4. 동물을 학대하는 쇼나 투어에 참여하지 않기
5. 멸종위기의 동식물로 만든 기념품 사지 않기
6. 현지인이 윤영하는 숙소, 식당, 카페 이용하기 (스타벅스/버거킹/맥도널드 안녕)
7. 여행지의 인사말 익히기
8. 적선보다는 기부하기
9. 여행자의 생활 방식과 문화 존중하기

 

처음에는 해외여행 나가면 누구나 환경보호단체가 되어 오는구나 생각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구의 나이를 1년으로 비교한다면 지금 인간이 살고있는 시간은 12월 31일이라고 한다니, 기가막힌 비유였다. 킬리만자로의 눈물이라는 비유도 몇 년간의 걸쳐 찍은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정상의 빙하가 녹아 깍이는 사진, 그리고 마지막 남은 갈라파고스의 거북이의 죽음으로 인한 멸종. 등등을 이야기하며 수십개의 나라를 다녀오면서 변화하는 열린마음과 자연의 위대함과 소중함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지구에 대한 사랑의 외침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첫 책에서 스스로를 소심하다고 표현했지만, 도보여행가로서의 그녀모습은 당당하고 활달하고 적극적이고 자신감이 넘쳤다. 여행을 통해서 열린마음으로 사람을 접하고, 문화를 접하고, 자아를 찾아가면서 자신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작가도 말했듯이 자기의 내면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자기가 진정으로 바라고 원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찾아내어 다듬고 가꾸기를 끊임없이 노력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여행이란 누구와 가는 단순 휴양의 패키지 PKG보다는, 어떻게 여행하냐에 따라.. 보고, 체험하고, 느끼고, 감상하면서 내면을 성숙시키는 건설적인 자아발견이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하는 김작가의 소감이 내가 진정 바라는 메시지였다. 

 

주변 참석가들은 대부분 어르신들이 꽤 많았다. 김작가는 도보여행주제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을거라 예상을 했다고 한다.ㅋㅋ 그리고 중간중간 던지는 질문에 다들 여기저기 패키지 여행은 많이들 다녀온 모양이었다.

 

한 번도 해외여행을 나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혼자 소심하게 앉아서 김작가를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그녀가 전달하는 이야기와 메시지에 공감대를 느끼며 웃음과 반응으로 호응하며 즐겼다.

 

작가와의 만남에는 그 작가의 책을 사들고가서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어야 마땅했는데, 급하게 준비없이 간 자리여서 책을 미쳐 살 기회도 없었고, 혼자 가는 터라 이야기만 듣고 와야겠다는 맘으로 갔었다.

 

끝나고 나서 사람들이 줄서서 작가사인을 받을거라 생각했는데, 대부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인지라, 그냥 궁금한 질문을 던지는 몇몇 어르신들이 그녀에게 다갔고, 아~ 책사들고 와서 사인받고 사진찍을걸~ 하며 나는 생각만 앞서고, 실천을 못한 아쉬움의 후회를 하고 돌아왔다.

 

늦은 밤, 가까운 곳도 아니었고, 비까지 추적추적와서 집에 돌아가기 바빴다. ㅡㅡ 좀 더 적극성을 가져야겠다란 생각을 하며, 그녀처럼 배낭여행 적금이라도 들어야 겠다란 다짐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