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적인 친구와 비관적인 친구는 지향점이 같았다.
하고싶은 일을 위해 달려가는 도전심과 세상에 무엇이 소중한지의 가치관념들이 둘이는 통했다.
하지만, 낙관적인 친구와 비관적인 친구사이의 논쟁이 일어났다.
낙관적인 친구는 자기가 아는 주변지인 이야기를 꺼내면서, 강단있는 솔로로서의 긍정적인 모습을 지지하며, 그런 삶도 좋다는 평을 한 반면에,
비관적인 친구는 그녀의 지인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 했다.
솔로인 지인은 안그런 척 할 뿐이지, 외로운거라고~ 나름 지인의 심정을 역지사지로 이해하며, 자기가 느꼈던 솔직한 자기감정의 표현이었다.
낙관적이 친구는 그럼 스님이나 신부님도 외로운거냐고 묻기에, 비관적인 친구는 스님이나 신부님도 마찮가지로 외로운 존재라고 표현했다. 스님이나 신부님도 범인(凡人)보다는 더 성찰하신 분들이지만, 그래도 완벽한 신이 아닌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똑같은 인간본성을 전제로 외로운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낙관적인 친구는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면서, 어떻게 자신의 지인을 만나보지도 않았으면서 그렇게 말할 수가 있냐며, 비관적인 친구가 겸손하지 못했다고 여기며, 대화를 중단해 버렸다.
비관적인 친구는 지인을 평가절하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낙관적인 친구의 화를 부축였던거다.
그래서, 비관적인 친구는 낙관적인 친구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남겼지만, 한편으로는 자기에게 그렇게 화낼 일인지, 의아해하며 낙관적인 친구의 행동이 서운하고 화가났다.
낙관적인 친구는 비관적인 친구의 행동을 실수로 여기며,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았고, 비관적인 친구역시 낙관적인 친구에게 고집불통이라는 독설을 퍼부으며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더이상 소통은 없는거라 여기며, 둘 사이의 소통은 차단되고 말았다.
모든 논쟁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잘못이 있기에 발생한다.
낙관적인 친구는 자신의 지인에 대해 평하는 비관적인 친구의 행동에 겸손하지 못함이 불만이었고, 또 그런 생각자체가 싫었던 것이다.
비관적인 친구는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간으로서 원초적으로 발생하는 외로움에 대한 철학적인 입지를 표현했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화를 내며 대화를 중단하는 낙관적인 친구의 행동이 당황스럽고, 서운했으며, 그런 친구의 행동에 똑같이 화가 났던 것이다.
그동안 만나서 이야기하면, 그 어떤 대화라도 지루하지가 않고, 서로 존중하며, 만남자체가 즐거웠던 사이였는데, 문제는 진정성이 결핍된 메신져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문득, 국사시간에서 종종 봤던 사단칠정 논쟁 (四端七情論爭)이 생각난다. 이 논쟁은 사단칠정에 대한 해석을 두고 이황(李滉)과 기대승(奇大升) 사이에 전개된 8년간의 논쟁이다. 두 분께서 서신이 아닌, 만나서 대화를 자주 나누었다면, 8년이란 긴 세월을 단축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이런 논쟁이 있었기에, 유교학문의 상당한 발전의 진전이 있었음을 이해한다.)
위 내용에 비할 바도 못되지만, 이념 사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 확답은 없기에 논쟁은 끝없는 네버엔딩 스토리가 될 것이다. 더구나, 만나서 이야기하는 논쟁이 아닌, 메신저나 서신이면 해석은 제각각이 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리라~
하지만, 이황과 기대승은 철학적 논쟁을 통해 서로의 견해차이를 존중하였기에 소통은 8년간이나 논쟁으로 이루어졌지만, 두 친구 이야기는 철학적 논쟁이라기 보단, 한쪽은 상대의 태도와 행동이 싫었던 것이고, 다른 한쪽은 소통이 막히자 화가났던 것이다.
사실 비관적인 친구는 바로 필자 본인이다.
개인적으로 낙관적인 친구를 상당히 좋아했고, 아꼈다.
메신저와 문자에서 평소답지 않은 그녀의 경솔한 행동과 표현에 서운했고, 화가났다.
현재는 답답하고, 안타까움에 메신저 핑계를 대며 반성하게 된다.
<느낀점 3가지>
1. 외로움은 내적, 외적 외로움이 있다. 남녀로 만난 사이에도 내적 외로움이 존재할 수 있고, 성찰을 통한 내적 외로움을 극복한 종교인 조차도 외적 외로움은 생리적으로 존재할 수 있고, 신조차 외로워서 인간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필자가 생각하는 외로움은 부정적 표현보다는 '외로움이 친구를 만든다'정도의 어쩔 수 없는 음양의 이치와 조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2. 복잡한 이념논쟁 보다 단순한 삶, 여유있는 포용과 유머가 좋다.
3. 메신저에서 논쟁은 이제 그만! 대화는 만나서 직접하는게 좋다! (난 역시 아날로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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